과정 확인? 마음수련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겠다. 하지만 1과정이라도 해본 분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단어이면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단어임이 분명하다.


뭐냐하면 1과정에서 2과정으로 가려면 간단한 확인 절차를 거치는데, 확인을 받지 못하면 2과정을 못간다. 1과정을 또 해야 한다. 재수, 복습이라고들 부른다. 이런 입시 학원스러운 용어 때문일까? '재수', '복습' 이라는 단어랑은 멀리 하고 싶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때문일까, 여하튼, 재수하기는 죽도록 싫어지는게 사람 마음이더라.

확인이라고 하니깐, 다른 누군가 제 3자가 확인을 시켜주는 것 같지만 겉보기에만 그럴 뿐이다. 실상은 자기가 마음으로 확인하는거다. 각 과정의 방법대로 하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으로 깨닫고 알아지는 게 있다. 그걸 마음으로 확인했는지 안했는지 물어보는 것일뿐.


확인날만 되면 왜때문에 작아지는거죠 왜죠.jpg


그런데 확인날만 되면 갑자기 마음의 확신이 사라지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게 마치 취업 면접 보는 것 마냥 떨린다. 나만 그랬을수도 게다가 맨날 졸기만 하던 녀석도 확인받았다고 기쁨의 춤을 추고 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저런 놈아이도 확인받는데 나도 확인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확인 받는다는 것'에 왜 그렇게 목숨 걸고 일희일비했는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내가 마음으로 확인하는 것이고, 남들이 빨리 가든 말든 상관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나는 나를 속이고 된 척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또 나중에 보면 그게 내 마음을 빼기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마음수련 과정 통과 비법' 같은 걸 네이버에서 검색할 것만같은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내 경험담을 토대로 과정 확인의 실체를 파헤쳐 '통과 비법'을 전수해볼까 한다. 정답공개같은건 없다



비법1. 방법을 정확히 익혀라.


요리학원을 다닌 적이 있다. 신부수업을 핑계로 케익도 만들고 도너츠도 만들고 피자도 만들면서 고액의 학원비를 내고 빵 먹는 낙에 다닌 적이 있더랬다. 거기 다니면서 느낀건 빵이라는 게 참 과학적인 물건이다 싶었는데 그 이유가 약간의 오차만 생겨도 빵으로 변하지 아니하고 밀가루떡이 되거나, 온도가 조금만 안맞고 재료를 눈대중으로 대충 넣는다면 보란듯이 밀가루떡이 되어버렸다. 쳇. 대충 비슷하게 넣으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레시피에 써있는대로 정확한 양과 온도, 시간을 엄수하지 않으면 '먹을 수 있는 빵'으로 완성 되지 않으셨다.


마음수련도 똑같은 것 같다. 각 과정에서 확인해야 하는 지점도 사실상 방법대로만 정확히 하다 보면 반드시 나올 수 밖에 없는 결과다. 그런데 문제는 적당히, 비슷하게, 대충, 나름대로의 방법대로 했을 때 생기는 것 같다.

"적당히" "비슷하게" "대충" "나름대로"

이 단어들 중에 혹시 내가 하나라도 이렇게 하고 있지않은지 점검해보자. 적당히 이정도 버리면 버려졌겠지, 하고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하고 있지 않은지.

나도 3과정인가 하고 있을 때, 이제 뭐 3과정쯤되니 '누워서도 마음수련할 수 있겠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에 빠져가지고 강의시간에 방법 설명해주는 걸 귓등으로 듣고 있었던 적이 있더랬다. 근데 또 되게 열심히 하고 있는 줄 알았다.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귓등으로 듣고 있고 내 멋대로 수련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3과정 4주차때 알았다.(3과정은 원래대로라면 2주 코스다) 왜 나만 확인을 못받는 걸까 하는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 그제서야 주변 도우미한테 상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내가 엉뚱한 방법으로 하고 있음을 알았다....후. 정확한 방법으로 잘 하고 있는지 나를 믿지 말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자. 


비법2. 주변에 답을 묻지 말자.


룸메이트한테 물어봐도 답 없다. 가장 하기 쉬운, 그러나 가장 함정에 빠지기 쉬운 오류가 '내 옆사람은 알고 있을거야' '내 룸메이트랑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면 풀릴거야' 다. 결론은 진짜 답이 없다

애초에 '과정 확인'이라는 게 자기 마음에서 스스로 알아지는 것을 확인하는 것인데, 자기 마음이 아니라 외부에서 그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출발선상이 틀려먹었다. 먼저 확인받은 사람에게 답이 뭐냐고 물어봤자 내 마음에서 확인이 안되면 생각만 많아지고 머리만 복잡해진다. 그리고 들어도 모르는게 함정


3과정 때 알던 친구들 전부 4과정 가서 유유자적 영농하는게 부러워 배아파 죽겠고 나 혼자 3과정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때, 4과정 먼저 간 친구들한테 답을 물어봤었다. 근데 들어도 사실 모르겠더라. 어떻게 그게 되? 라는 의문만 커질 뿐. 그러니 안물안궁이 과정 확인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비법3. 확인 받겠다는 걸 포기해라.


목요일, 확인받는 날만 되면 가슴이 쿵쿵 뛰는 건 분명 내 성격 탓이다. 안그러는 분들도 많다. 나는 살면서도 시험을 보거나 면접을 보거나 PT를 하거나 누군가에 의해 평가를 받아야 하는 순간이 오면 긴장이 되어 밥도 제대로 못넘겼던 사람이었다. 잘해야만 한다며 긴장하고 살아왔던 내 모습이 마음수련을 하면서 고스란히 드러났을 뿐이었다.

마음빼기를 계속 할수록 그런 긴장감에서는 해방되었지만 과정 중에는 그런 마음 때문에 긴장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때 특효약은 확인받기를 포기하는 것이었다. 물론 포기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 때마다 남들보다 뒤쳐지기 싫어하는 마음을 찾아 버리고, 잘해야 한다며 살아온 그 마음도 찾아 버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점차 확인받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깨달아갔다. 


마음수련은 걍 빼기하는거라고.jpg


한 주 더 해야되면 갑자기 돈도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남들과 비교하는 마음에 쪽팔리기도 하고 온갖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마음조차 내려놓고 벗어나서 결과에 집착하지 않게 되니까 내가 이 마음수련을 왜 하려고 했는지 다시금 상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과정을 올라가는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명상을 시작했던 건 오로지 내 마음에서 벗어나 나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었지, 어떤 결과에 연연하기 위함이 아니었던 것.

그러니까 포기하자. 포기하니까 오히려 이루어졌다.


비법4. 꼼수는 없다. 그냥 무식하게!


마음수련을 오래 하다보니까 과정 확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 하나도 중요한게 아니더라. 그러니, 주객전도가 되어버리면 곤란하다. 

마음수련을 해서 뭔가 새로운 걸 알고 얻어가고 배우고 하는 곳이 아니다. 무조건 빼기. 마음수련의 실체를 이야기하자면 그거슨 '빼기'방법. 그거 말고는 해본 적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을 빼고 버리는게 전부이므로 어떤 마음이든지 그냥 버리면 되는 것 같다. 머리 굴려봤자 답 안나온다. 진짜.

언↗제↘까지어↗깨↘춤을추게할거다.jpg


빼기를 하다보면 저절로 알아지는 것이지, 내가 알려고 해서 알 수 있는 건 아니더라. 그러니 그냥 묵묵히 하다보면 기쁨의 어깨춤을 추게 될 날이 올거다. 화이팅.



별책부록. 마음의 실체 - Q. 답답한 마음, 그것이 궁금하다. 


답답한 마음 뿐이랴. 마음수련 하다보면 진짜 오만가지 마음이 다 올라온다. 왜? 계속 퍼내니까 내가 깊숙히 숨겨놓고 외면하고 있었던 마음들 이면의 적나라한 실체까지 싹싹 긁어버리자니 안올라올 수가 없다. 이런 마음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순간들을 경험하곤 한다.

그 중에서 내가 제일 힘들었었던 건 '답답한 마음'이었다. 특히 끝이 안보일 때 그 마음은 더 커졌다.

이게 되는건지 마는건지, 버려지고 있는건지,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버려지기는 커녕 더 마음만 미친듯이 올라오고 어째서 버리면 버릴수록 짜증도 더 많아지고 그랬다. 그때마다 도우미분들하고 상담하면 원래 그런거다 괜찮다고 얘기해주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짜증이 안나는 건 아니었다. 

이 때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최고조로 올라왔다. 그동안에 마음수련 안해도 잘 살아왔는데 (이땐 그렇게 생각이 든다. 힘들어서 시작해놓고는...) 이대로 살아도, 이정도 버렸으니 여기까지만 해도 이제 잘 살 수 있을 거 같고 말이다.

그런데 그때 그 답답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딱 정상에 도착하기 직전의 마음이었음을 알겠더라. 등산할 때도 정상 올라가기 직전에, 이게 가도가도 끝이 없고 다시 돌아가고 싶고 '이만하면 됐다' 싶고 그러는 것처럼 마음도 굉장히 비슷했다.

자기를 이기는 건 쉬운일이 아닌가보다. 마음수련하면서 느낀 건 이게 마음을 빼는 일이고 그동안 내 마음이라고 굳게 믿었던 관념관습들도 모두 싸그리 버리는 일이다보니 에너지 소모도 많고 힘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초콜렛 같은 것도 엄청 땡긴다.

아무튼 그러니까, 답답하다는 건 이제 거의 다 왔다는 거다. 그 마음도 버리면 된다고 도우미들이 상담을 해주지만 그 땐 그 얘기도 잘 안들린다.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안버려지는 것 같다고 생각되던 순간들도 계속 버려지는 중이었다는 거다. 그 때 이 사실을 알고 인정했더라면 조금 덜 힘들어하고 덜 방황했을텐데.

난 뚝심도 없고 인내심도 부족한 사람이어서 살면서도 중도 포기를 참 많이 했더랬다. 그러다보니 마음도 버리다가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남들보다 더 자주 찾아왔던 것 같다. 그때마다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더 힘들지 않았을까. 

그랬던 나도 이런 마음을 딛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니 나처럼 혹시라도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해주고 싶다. 거의 다 왔다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버려지고 있는거라고.

다 버리고 나면 정말 편하고 자유롭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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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행자 2016.05.18 20:26
  • 1466065060 2016.06.16 17:17 신고 ADDR EDIT/DEL REPLY

    잘 읽고 가여~

  • 수련생 2016.06.16 17:36 신고 ADDR EDIT/DEL REPLY

    안녕하세요, 저도 수련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3주째 확인과정에서 방황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이 자괴감과 올라오는 마음에 포기도 했었어요. 다시 시작하는데 요즈음도 많이 힘들어서 안그런척 하다가 오늘은 못참고 도움님께 다 솔직히 터놓고 그랬네요, 다 얘기하고 좋은 말씀 많이 듣고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이렇게 좋은 글을 오늘 이 상황에 만난게 참 신기하네요, 댓글 달기는 처음인데, 글이 참 마음에 참 와닿네요. 감사합니다.

    • Grace행자 2016.06.18 17:24 신고 EDIT/DEL

      반가워요! 온라인에서 만나니 더 반갑습니다. 하다 보면 좋은 마음 포기하고싶은 마음도 별의별게 다 올라오더라고요. 근데 이제 점점 좋음밖에 없는 거 같아요. 확실히. 어깨춤만 추게되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화이팅! ;)

  • 2016.07.10 17:11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2016.07.11 21:15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2016.07.14 20:25 EDIT/DEL

      비밀댓글입니다

  • 마음수련 2016.08.27 22:17 신고 ADDR EDIT/DEL REPLY

    안녕하세요? 저도 마음수련 3과정 꽤 오래 했는데 안넘어가져서요ㅠ 마음에서 확인이 안되네요 혹시 어떤방식으로 엉뚱하게 하셨는지 알수있을까요? 저도 제가 혼자 착각해서 하고있었나 의심도 되고ㅠ 바로잡고싶어요

    • 2016.09.06 11:53 EDIT/DEL

      비밀댓글입니다

  • 1과정 초보가 잘 듣고 갑니다. 좋은말씀 감사해요. 2016.09.21 17:21 신고 ADDR EDIT/DEL REPLY

    메인센터에서 1과정 확인받고 이번주부터 2과정 지역센터에서 하고있는데
    바뀐 수련방법, 분위기도 힘들고 이제 그만하고 살아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
    스물스물올라와서 가기싫다 하기싫다 가짜 사진들이 올라왔었는데 지역센터 도움님이
    머리에 블랙홀을 달으라고 조언해주셔서 한결 좋아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어떤 감정이 올라와도 수련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은 놓지 않으려구요.
    훌륭하고 유쾌한 말씀 잘 보고 마음으로 듣고 갑니다. ^^

    • 2016.09.26 15:05 EDIT/DEL

      비밀댓글입니다

  • 단무지 2017.04.16 12:45 ADDR EDIT/DEL REPLY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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