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에피소드
이십 대에 대학생활을 할 때까지 부모님과 같이 지냈다. 엄마는 회사를 다녀오시면 몸이 안 좋으실 때가 많았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누워있는 모습을 많이 보곤 했다. 엄마가 아프고 힘없는 걸 보고싶지 않았었고, 그럴 때마다 짜증이 났다. 엄마는 왜 맨날 아프냐고 투덜거렸다.
두번째 에피소드
집에서 학교로 가는 길이 아빠가 출근하는 길과 비슷해서 아빠는 아침마다 나를 학교에 차로 데려다 주셨다. 등교할 때 차안에서 아빠는 당신이 만드신 동영상을 건네며 나에게 보라고 하셨는데 나는 보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아빠가 주신 핸드폰을 받아 들고 창밖을 보거나 딴 짓을 하며 나는 안 보고 싶고 관심 없다며 온 몸으로 표현했다. 아빠는 딸내미가 그걸 잘 봐주기를 원하셨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고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빠가 당신이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 이야기를 늘어놓으실 때 아빠의 말을 듣지 않으며 하나도 안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말 나밖에 몰랐었다.
세번째 에피소드
어느 날은 학교 수업이 생각보다 늦게 마쳐서 밤에 엄마가 나를 데리러 오시기로 했다. 나는 그 날 너무 지쳐서 기다리는 게 더 힘이 들었는데 엄마가 생각보다 늦게 오시니까 너무 힘이 들었다. 엄마가 오자마자 나는 “왜 이제와?”하며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냐고 투덜거렸다. 그러자 엄마도 짜증을 내시며 나에게 대답하셨다. 그러니까 나는 더 짜증이 나서 받아쳤다.
“엄마가 왜 나한테 화풀이 해?”
Photo by Wade Lambert on Unsplash
성인이 되어 문득 생각해보니 나에게 이런 일들이 있었다. 내가 엄마 아빠를 대하는 마음이 저랬었다. 물론 항상 그러지는 않았지만 저기압이거나 우울할 땐 부모님께 화풀이하기 일쑤였다. 버릇없이 부모님한테 나의 짜증과 화를 마음껏 보였다.
마음수련에서 내 마음을 돌아보고 나서야 내 잘못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부모님이 나를 잘못 키워서 그렇다며, 항상 부모님 탓을 하고는 했다. 마음을 좀 추스려야겠다고 마음수련하러 갔는데 내 삶을 처음부터 되돌아보니까 내가 그동안 부모님을 어떤 마음으로 대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스무살이 넘어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여전히 사춘기 중딩처럼 부모님에게 버릇없이 대했었다. 그런데 뒤늦게 마음을 돌아보니까 내가 왜 그렇게 사춘기 어린아이처럼 부모님을 막 대하고 있었는지를 조금 알게 되었다.
나는 꼬맹이 때부터 엄마 아빠한테 상처와 불만, 원망의 마음이 있었는데 해소를 못했었고 한번도 부모님한테 그런 이야기를 후련하게 못했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억압해놓았던 감정들이 행동과 말로 나왔던 거였다. 그걸 알고 나서 나는 명상을 하면서 부모님한테 있었던 원망과 상처, 그리고 불만의 마음들을 모두 빼내어 버리기를 계속 했다.
그러자 마음에서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불만스러운 마음이 신기하게도 점점 사라지는 거였다! 그리고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는데 웃음도 많아진 거였다.
내 모습을 솔직하게 돌아보니까 당시에 너무 버릇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더 이상 부모님한테 상처가 될 수 있는 언행은 삼가하고 있다. 가끔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는데 그 때마다 솔직하게 말하고 쌓아두지 않으려고 한다.
부모님을 대하는 지금 내 모습을 보면 나도 나름 효녀가 된 것 같다. 지금은 부모님이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바라며, 월급을 받으면 맛있는 것도 사가지고 간다. 가끔은 부모님과 함께 가까운 산에 올라가거나 여행을 가기도 한다. 부모님께 절대 짜증은 안 낸다. 이야기를 하면서 부모님 말씀을 잘 공감해드리고 잘 들어드린다.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불만스러운 마음이 사라지니까 부모님을 더 배려하게 되었고,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지금은 집을 나와 살고 있는데 엄마가 싸준 반찬들과 아빠가 차로 데려다 주시는 그 모든 순간들이 감사하다.
Photo by JEONGUK HA on Unsplash
이렇게 내가 바뀌게 된 것은 마음수련을 한 효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십대 중반까지도 사춘기 소녀같이 감정기복이 심한 아이였는데 부모님에 대한 그런 나의 삐뚤어진 마음을 다 없애니까 부모님을 정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런 내 마음을 돌아보지 않고 마음을 해소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 마음을 어쩔 줄 모르는 채 부모님한테 똑같이 짜증과 화를 표출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상처를 받은 만큼 준다고 한다.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상처주지 않도록 그 마음을 계속 없애 나갈 것이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서 링크 걸어 본다.
'행자's 마음 돌아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수련 후 찾게 된 잠재력 3가지 (0) | 2018.08.23 |
---|---|
마음수련으로 마음의 습도 제거하기 (0) | 2018.07.27 |
마음수련에서 마음 바꿔먹기가 중요한 이유 (0) | 2018.06.25 |
마음수련 꾸준히 하면 이득인 이유(a.k.a. 자기 돌아보기) (4) | 2016.07.18 |
마음수련 명상하는 법 (0) | 2016.07.05 |